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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살리는 살림인가
이영균(진주교육사랑방 대표)

 거리에서 수시로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시장에서도 볼 수 있고, 마트나 동네 슈퍼나 가게 앞에서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쓰레기 더미 주위에서도 만날 수 있다. 노인 분들이 ‘보물’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어떤 분은 자그만 유모차를, 어떤 분은 제법 큰 수레를 끌고 있다. 거기에는 폐지가 담기고, 빈 종이상자가 실린다. 어쩌다가 빈 병도 보인다. (빈 병값이 오르고 나서는 그분들에게 보물이 된 빈 병이다.) 한겨울에도 볼 수 있고, 한여름에도 볼 수 있다. 새벽에도 밤중에도 더러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애를 써서 모은 보물은 그분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과 바꾸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난해 진주시는 ‘살림을 잘 살아서’ 무려 3,100억 원이 더 되는 돈을 남겼단다. 살림을 잘 살아서 돈을 남겼다는 말을 두고 반응이 조금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현안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도 하는가 하면, 다른 편에서는 살림을 제대로 살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이래도 될 것 같고, 저렇게 보면 이래서는 안 된다는 말로 들린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니 왈가왈부하기는 좀 거시기하다. 그럼에도 보물을 찾아 시도 때도 없이 거리와 골목을 누비는 노인 분들을 생각하면 하고 싶은 말이 적지 않다.

 몇 날 며칠을 모아서 돈으로 바꾸면 얼마나 될까? 폐품수집상까지는 어떻게 끌고 갈까? 혼자서도 그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을까? 힘이 들면 들수록 더 만족스러워할 이 고약한 역설은 또 무엇인가? 더러는 살림이 어려워서 그러지는 않지 않을까?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노인 분들은 용돈을 마련하고, 거리는 그만큼 깨끗해지고, 자원은 재활용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 않은가?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을 터이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 아닌가!

 진주시 인구를 대충 35만 명이라고 한다. 3,100억 원을 35만으로 나누면 88만 원이 더 되는 돈이 각자에게 돌아간다. 노약자 ‘살림’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위해 그 예산을 썼더라면 그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이 돌아간다. 진주시 살림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 그래도, 그래서 할 말이 있다. 3,100억 원이라는 그 큰 돈! 써야 할 데가 있으면 남겨서는 안 되는 돈이고, 남겼으니 쓸 데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닌가? 쓸 데를 찾지 못했다는 말은 할 일을 다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3,100억 원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 가운데 일부는 노약자를 위해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 금액이 얼마가 됐던 고달픈 몸으로 폐품수집상을 찾는 이들에게는 긴 가뭄에 단비와 같고 달착지근한 꿀맛 같았으리라. 현안사업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안사업이 먼저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먼저 보는 살림이라야 한다. 사업보다 사람이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환갑을 넘긴 이들은 정철이 지었다는 저 시조를 외워야 했을지도 모른다. (외우지 못하여 외울 수 있을 때까지 교실에 남아 있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훈민가’라는 말도 따라다녔다. 훈민가, 백성을 가르치는 노래라는 말이다. 21세기 식이라면 ‘시민을 가르치는 노래’가 될 것이다. 시민도 제대로 된 길을 가야 하지만, 시민이 뽑은 사람도 올바른 길로 가야 한다. 시민이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바닥까지 내려가는 앎이라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살리는 살림이 된다. 노약자부터 살리는 살림이기를 바란다. ‘살림’의 반대말은 ‘죽임’이다. 횡설수설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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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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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 2017-08-02 05:51:17

    그돈이 진정 아껴서 모인돈인지?
    쓰일때를 못찾아서 목적잃은돈인지?
    아님 과세로 남은돈인지?
    아껴서 모은돈이면 칭찬을!
    쓰일때를 못찾아서면 격려를!
    과세로 남은돈이면.
    쫌! 세금좀 내려주이소.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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