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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사람들, 진주 농민들의 이야기 <1><땅과 땀>, 진주시 문산읍 박주석 농민

이야기의 주인공, 박주석 농민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진주의 지역먹거리(로컬푸드) 협동조합, 진주텃밭에서 일하고 있는 도상헌이라는 청년입니다. 처음 진주텃밭에 입사하고, 낯설고 고된 일 속에서도 생산자 농민 분들을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피로를 잊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워낙에 사람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땅을 가까이하고 스스로 땀 흘리며 사는 분들에겐 참말로 책과 같은 이야기가 숨어있었기 때문이지요. 땅과 땀, 닮은 두 단어에서 태어난 '농민'이라는 사람. 그것은 저에게 매력과 존중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농민의 이야기를 쓰면, 무엇이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읽고 무언가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는 어머니의 손길 이전에 농민의 손길과 땀으로 자란다는 사실을 함께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 귀한 분들 중에서, '온새미로 농법'으로 인증 무농약 파프리카와 고추를 공급해주시는 진주시 문산읍 박주석 농민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귀농한 지 11년 차가 된 초보 농사꾼 박주석이라고 합니다. 중앙대 식품가공과를 졸업하고, 식품회사에 입사해서 16년 정도 직장을 다녔어요. 일의 특성상 다양한 나라를 오가다 보니, 세계적인 흐름이 친환경 먹거리라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급변하는 사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고요. 그래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진주로 귀농하게 됐습니다. 현재 아버님과 어머님, 아내와 딸까지 다섯 명의 가족이서 오순도순 지내고 있습니다.

 

농장 입구에 귀농 날짜가 새겨져 있다.

단정하고 깔끔한 농장의 풍경

 

 농사 첫 해, 관련 지식이 전무하여 온갖 어려움을 겪었어요. 친환경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하고 약도 안 치다 보니, 병충해 예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정말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수확량이 적었지요. 부끄럽지만 결국 그다음 해부턴 농약을 쓰며(관행)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런데 농약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 두통이 생겼어요.  농사일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TV를 켜면, 화면이든 소리든 안 들어오고 누운 상태에서도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어요. 나중에는 아내가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가 됐고, 더 이상 농약에 의존하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나의 건강이었어요. 농약을 치기만 해도 내가 이 정도로 아픈데, 이렇게 키운 농산물을 먹는 사람들은 얼마나 위험할까. 내 가족에게도 먹일 수 없는 농산물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내놓는단 말인가. 몸이 아플 때 들었던 생각이에요. 그러다가 반대로 생각해봤어요. 나도 건강해지고, 내 가족과 다른 사람들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키우자!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친환경 농법을 배웠어요.

경남도 기술원 교육, 선진지 견학, 진주시 농업대학 강소농 교육까지...

2014년에는 진주시에서 지원하는 비화학적 병해충 방제 연구회에 가입했어요. 쇠비름, 감자, 계피, 녹차잎, 연꽃, 매실, 코스모스 등의 자연물을 증류해서 땅과 작물에 뿌리는 '온새미로 농법'으로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지금은 지역의 급식소와 진주텃밭에도 공급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지요.

 

자연물을 증류한 약제들, 온새미로 농법으로 불린다.

 

 제가 주로 키우는 작물은 고추와 파프리카입니다. 인증 무농약에, 온새미로 농법을 이용해서 안전함은 물론이고 농산물에 식물성 오메가-3가 함유돼있어요. 고추와 파프리카는 흙에서 키웁니다. 토경 재배라 하지요.

'모든 농산물이 흙에서 자라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일반 파프리카의 경우 수경 재배라 하여 흙을 이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만 키웁니다.

토경과 수경의 차이는 영양소에 있습니다. 파프리카 자체만으로도 맛과 영양소가 뛰어난 농산물이지만, 흙에서 재배했을 때 훨씬 더 훌륭하고 건강한 농산물이 되는 거지요. 좋은 게 분명한데, 대다수의 농민들은 수경 재배를 택합니다. 수경 재배의 경우 토경보다 일손이 적게 가고, 그래서 대량 생산도 가능하거든요. 토경 재배는 훨씬 더 손이 많이 가요. 노력과 공이 배로 들어야 하는 거죠. 거기다 온새미로 농법도 부지런해야만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해야 해요.

 

제가 파프리카를 대량으로 하지 않은 이유도, 대량으로 전환할 경우 토경/무농약으로 키우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중-소농들이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믿을 수 있는 먹거리는 생산 농민들이 직접, 그리고 분명하게 농산물을 관리할 수 있을 때 생산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의 붙임말ㅡ일반적인 파프리카 생산자들의 농장은 매우 큽니다. 박주석 농민의 농장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키우고 있었습니다.)

 

박주석 농민의 파프리카 농장. 땅, 그러니까 흙에 주목하자.

위쪽 사진이 박주석 농민의 토경 파프리카

아래쪽 사진이 일반적인 수경 재배 방식의 파프리카

 

 진주텃밭과 함께하는 이유는 '농민이 대접받는 곳이구나.'라고 느껴섭니다. 이게 생산자 조합원 가입을 결심하게 된 이유였어요. 진주텃밭에선 생산자 농민이 직접 판매 가격을 결정하고 있지요.

기존의 농산물 유통구조는 문제가 많아요. 공판장에선 내가 농사지은 것들의 값어치가 다른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서 결정되고, 그 농산물들이 유통과정을 통해서 값비싸지고 여러 지역을 오가게 됩니다. 진주에서 판매한 고추가 서울로 갔다가 다시 진주로 오는 경우도 있지요. 저는 이런 기형적인 유통구조만 개선된다면, 농약을 쓴(관행) 농산물과 비슷한 가격에 친환경 농산물도 공급 가능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진주텃밭에 직거래로 농산물을 공급하는 거고요.

 

아이들이라면, 또 누군가의 가족이라면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조금의 손해나 불편함을 이겨내고 진주텃밭에 마음을 쏟는 이유입니다. 다른 생산자 농민들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바라는 거요? 진주텃밭  매장뿐만 아니라, 공공 급식소 같은 곳에도 지역 먹거리의 공급 여건을 확대해서 더 많은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 진주텃밭의 2~3호점이 생길 텐데, 그때는 가난한 이들이 더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에 만들면 참 좋겠습니다. 저 역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정직한 농민이 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녹색 파프리카가 익어가며 노랑, 빨강, 주황 각자의 색으로 변한다.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박주석 농민의 보석같은 아이들. 실제 농장의 모습.

 


텃밭에서 식탁까지 함께하는 밥상공동체를 꿈꿉니다.

'진주텃밭 협동조합'

별밤  baumklavi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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